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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여립아 여립아/박이선

퀘런시아 2018. 7. 27. 13:29

  전주 인터 체인지를 빠져 나오면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2002년 뜨거웠던 한.일 월드컵 때의 함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시내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성냥갑 처럼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데 혁신도시다. 그 길을 꿰 뚫고 <정여립로>가 시원스레 자리하고 있다. 맛과 멋과 소리의 고장인 전주에 반역의 상징인 정여립을 기념하는 도로가 있다니 어리둥절 할 따름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랬다. 그는 역모꾀하다 발각되어 진안 죽도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짧게 배웠다.

  정여립은 전주 남문 근처에서 익산 현감의 아들로 태어나서 금구 구릿골 김씨 일족과 혼인을 한다. 정수찬의 벼슬에 올랐지만 항상 바른말을 하는 그의 성품 때문에 왕으로 부터 미움을 받게된다. 선조대왕 재위시절은 동인과 선인으로 나뉜 붕당 정치라 할 수있다. 선조는 입맛에 맞는 신하를 가까이 하고 바른말을 하는 신하는 가차없이 내치는 왕이다. 정여립은 당연히 눈밖에 날 수 밖에 없었다. 권력을 잡고 놓치 않으려는 세력과  뺏으려는 세력의 틈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힘없는 백성 뿐이었다. 북으로는 여진족의 침입이 잦았고, 남으로는 왜구들의 노략질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왜구의 침입을 저지 하다 적을 놓쳣다는 장계를 올리자, 오히려 장계를 올린 사람을 벌을 주는  조정에 애초 부터 바랄건 없었다. 낙향한 정여립은 진안 죽도에서 대동계를 조직하고 글과 무예를 가르친다.  평상시는 농사에 전념하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조직을 이루어 대응 한다는 소위, 요즘 말하는 민방위 조직과 비슷한 제도라 할 수 있겠다. 한때는 서인과도 교류하다 동인과도 뜻을 같이 한 그는 어느 쪽이건 배워야 할 것은 배운다는 어찌보면 현명한 사람이고 시대정신을 뛰어 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는 잠시 정권에서 물러 앉은 정철, 송익필 등 서인들에겐 좋은 먹잇감일 수 밖에 없었다. 서인들의 계략에 말려든 정여립은 역모의 누명을 쓰고 진안 죽도에서 서인들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피바림을 일으키는 기축옥사의 서막이 시작된것이다. 모진 고문으로 죽어가는 건 힘없는 백성이었고, 수염이 하얗고 무성하여 반역의 무리와 닮았다고 죽이고, 제사가 있어 상복을 입었다고 죽이고...양반과 천민이 함께하는 사회, 나라에 주인은 왕이 아니라 백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정여립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그들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혁신도시를 가르는<정여립로> 가 새롭게 다가온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그는 과연 반역자인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인가? 그의 대동 사상이 받아 들여지고(무능한 왕과 권력에만 눈 먼 신하들이 결코 받아줄 수 없는 사상이지만..) 실행 되었더라면 임진왜란으로 짓밟힌 백성의 숫자는 조금이라도 줄어 들었을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보름만에 궁을 버리고 도주한 임금, 그런 왕에게 충성을 한답시고 반역계략을 세운 조정의 대신, 반역자로 몰린 억울한 죽음. 다시 한번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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