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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아빠는 나무다/ 이태범

퀘런시아 2023. 7. 25. 22:22

   이책을 손에 넣는 순간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부터 호기심이 끌렸다. '아빠'라는 가슴속에 묻혀있는 단어. 긴 호흡으로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까지도 가슴 속 깊은곳에 남아 있는 묵직한 돌덩이는 무엇인지 가늠 할 수 없었다. 아들 동식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남겨주고 싶다는 아버지 영호는 간암 투병중에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한다. 아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험난한 암초를 만날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힘이 되게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개미지옥처럼 살아온 그가 훈장처럼 얻은건 암이다. 암말기의 몸으로 단지 아들 동식을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겁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떤 분일까? 오로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들이다. 불의와도 적당히 타협하고 비겁하리만치 눈치 보고 살아온 그분들의 허리는 항상 굽어 있었다. 조그만 성과에 주변 사람들의 갈채속에서도 자신의 자존감과 희망을 뒷주머니에 숨겨야했다. 아버지는 빨대만 꽂으면 등록금이 나오고, 당구비가 나오는 저금통이 아니었을까!     

   6.25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후 부친께서는 강원도 고성 전투에 참여 하셨다 한다. 고성의 남과북 경계선이 북쪽으로더 올라간걸 보면 그곳 전투는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던것 같다. 조금이라도 휴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려는 아군과 북한군과의 밀고 밀리는 격전지 그곳에서 야간 보초중 총상을 입고 부산의 국군 통합병원으로 후송 되셨다. 부친의 생사를 알수 없었지만 작은 아버지께서 수소문하여 집으로 모셨는데 조금이나마 있었던 재산을 아버지 병수발하신다고 다 없앴다 한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5개월 후 37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어린 4남매를 남겨두고. 아버님의 소망대로 당신은 가시고 살아달라고 애원하던 핏덩이는 남았다. 가시면서 붙들고 무었을 빌었을까? 개미처럼 살지말고 꿀벌처럼 살아달라고?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도 그 생각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천지가 개화하여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 날,  60여년 동안 이고 계셨던 다 쓰러진 봉분을 묻고 곱게 화장하여 자그만 야산에 둘러쌓인 현충원에 모셨다. 어머님도 같이 계시니 어머니 한테 많이 많이 미안해 하실것 같다. 내년 봄엔 그때처럼 봄꽃들이 가득하려나? 어머님은 산나물을 무척 귀하게 여기셨는데. 하늘나라에서도 나물 뜯으러 다니실거라고 남은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는다. 어머닌 아빠 같은 존재였었다. 그 산나물들을 시장에 내다 팔아 식구들이 먹을 밥이 되는 돈을 구했으니까....

"나는 너를 통해 세상을 보고, 너는 세상을 통해 나를 보게 된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영화<슈퍼맨>, 말론 블랜도의 대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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