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할(喝)/최인호

퀘런시아 2024. 1. 18. 11:23

 

   최인호 작가의 은 경허스님과 수법제자 3인인 수월, 혜월, 만공스님의 삶의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만공스님의 일화를 많이 다루고 있다. 우리가 이분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을 되새김한다는 것은 인생의 헛헛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락으로 처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을 갖게 한다. 샘물같은 신선함을 그분들의 일상의 기록에서 배울 수 있다. 상처난 마음을 다둑여주고 치유하고 채워주는 따뜻함이 있다. 곁에 두고 한구절씩 읽으면서 수시로 마음의 보수를 했으면 좋겠다. 손등에 난 생채기는 연고를 몇 번 바르면 되니까. 

   만공스님과 우리가 잘아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과의 목숨을건 힘겨루기 팔씨름은 유명한 일화다. 힘이라면 누구한테도 질 생각이 없는 청년 김좌진은 덕숭산 수덕사 모암 금선대에서 수양중인 만공 스님을 찾아가 힘겨루기 도전을 한다. 채식만 한다는 스님을 얕잡아 본 모양이다. 손목을 꺽어 넘겨야 하는 팔씨름에서 김좌진은 꺾을 수가 없었고, 만공스님 또한 넘기지 않고 중간에서 버티고만 있다. 넘겨야 하는 팔씨름에서 넘기지 않았으니 승자도 패자도 없다. 만공스님의 승리지만 지혜가 엿보인다. 목숨을 건 내기에서 스님은 청년 김좌진에게 중이되라고 하였으니 정말로 중이 되었다면 우리가 아는 청산리 전투는 없었을 것이다.

 <인용문> 이책을 소개하는 글은 아무래도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것이 책을 이해하는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조선 말기의 국운이 스러져가던 시대에 때로는 사자후와 같은 일갈로, 때로는 오묘한 이치를 담은 설법으로, 또 때로는 경악할 경지의 파행과 기행으로 세속의 부조리를 꾸짖던 경허, 그리고 그의 수법제자인 '세 개의 달' 수월과 혜월, 만공이 남긴 법훈과 선화들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 喝은 '꾸짖을 갈'이라는 한자로, '꾸짖다'를 뜻한다. '할'이라고도 읽는다.